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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생각없이 한시간은 쳐다봐도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은 없다고 생각하는 글쓰기 절름발이 데레기의 블로그 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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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장에 출석했습니다.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비교적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김용판 전 청장은 질문하는 의원들보다 더 자신감 있게 답변을 이어갔고, 원세훈 전 원장도 차분하게 할 말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 그리고 댓글 작성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이 개인의 영달이나 출세를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댓글 사건에 개입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댓글이 종북 좌파를 제압하기 위한, 정당한 '대북심리전'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댓글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들 입장에서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참으로 억울할 수 밖에 없겠죠.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이적세력)를 제압하기 위해 국정원 본연의 업무를 한 것에 불과한데, 선거법 위반이라니?'라는 심정일 것입니다. 실제 언론 보도를 보면 원 전 원장이 그런 입장을 밝힌 바도 있고요. 이들은 물건 훔치는 게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좀도둑이 아닙니다. 확신범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치세력이 종북세력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권한은 국정원에게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비슷한 권한이 국정원에 있긴 합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그러니까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단체나 이적활동을 하는 개인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국정원에 부여돼 있죠.(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이나 인권침해 여부는 기회가 있을 때 따로 논의하기로 하죠. 일단 현행법은 그렇습니다.) 국정원은 수사를 통해 누가 '종북세력'(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단체나 세력)인지 규명할 권한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종북세력을 적발하기 위해서 국정원은 수사를 해야 합니다. 또 수사 결과를 송치받은 검찰이 기소를 해야 하고, 법원이 유죄 선고를 내려야 합니다. 누군가를 종북 세력으로 부르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 국정원 마음대로 의심이 간다고 아무나 '종북세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거죠. 검사가 의심이 간다고 아무나 기소하지 않고, 법원이 정황상 유죄인 것 처럼 보인다고 증거 없이 함부로 판결문을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살펴보면 국정원이 어떤 세력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상대로 대북 심리전을 펼쳤는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검찰이 기소의 근거로 삼은 댓글 73개만 봐도 그렇습니다. 특히 특정 후보의 이름이 언급된 댓글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댓글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과 간부들이 어떤 후보와 세력들을 '종북'이라고 규정하고 '심리전'을 펼쳤는지는 명백합니다.

그런데 국정원이 그 후보와 세력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했나요? 수사 결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유죄 판결을 받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규정한 '종북세력'에 대해 심리전을 펼쳤기 때문에, '국정원 댓글 사건'은 명백한 정치활동(국정원법 위반)이자 선거개입(선거법 위반)인 것입니다.

국정원 캡쳐어떤 정치인은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반미 집회에 앞장서는 등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하는 집단이 종북세력이 아니면 무엇이냐, 그런 세력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국정원은 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정치인은 누군가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사실 정치인도 함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글 마지막에 첨부한 판례 관련 기사를 참조해주세요) 그러나 국정원은 절대 안됩니다. 정보기관이자 수사기관인 국정원이 누군가를 종북으로 규정하려면, 수사를 해서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정치인이 정치 공세를 하는 것과, 정보기관 겸 수사기관인 국정원이 그렇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동입니다.(야당 의원이 특정 고위 공무원에 대해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검찰이 비리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동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원 사태'가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국정원이 수사와 판결 없이 아무에게나 자의적으로 '종북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없도록 기준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가 어물쩡 어물쩡 흐지부지 되고, 국정원이 또 다시 아무에게나 '종북'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옛날 옛적 정보기관의 공작정치가 어느새 성큼 다가올 지도 모르는일입니다.

(참고) 사실 '종북'이라는 말은, 굳이 국정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라도 아무한테나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기사를 보세요. (링크는 여기를 누르세요!)
-> 강조는 제가 했습니다.

법원 "전교조 '종북의 심장' 표현은 명예훼손"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3-07-04 04:37

"정당한 비판 넘은 모멸적 인신공격"…가처분 신청 인용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종북'이라고 표현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강형주 수석부장판사)는 "비방문구가 포함된 현수막과 팻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전교조가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과 전교조추방 범국민운동 김진성 상임대표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4일 밝혔다.

전교조는 이들 보수단체가 지난 3월부터 '종북의 심장', '전교조의 사상교육 우리 아이 다 망친다' 등의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대법원 앞에 내걸고 집회를 계속하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전교조를 '종북의 심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며 해당 문구를 쓰지 말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단어가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김일성, 김정일 등을 찬양하는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 종북으로 지목된 단체나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돼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북한 추종이나 주체사상 신봉을 기조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전교조의 사회적 지위와 기대되는 역할에 비춰볼 때 정당한 비판의 수준을 넘은 모멸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교조의 사상교육 우리 아이 다 망친다'와 '전교조는 주홍글씨', '학생에게 반 대한민국 좌경교육시킨 죄' 등 다른 문구들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 수준에 머무르거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금지하지 않았다.

보수단체가 반대 진영을 가리켜 흔히 쓰는 '종북'이라는 표현에 대해 법원은 사용된 맥락과 사회적 배경 등을 따져 명예훼손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 주사파'라고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에게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어 1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dada@yna.co.kr      

임찬종 기자


Posted by 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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